“실거주 핑계로 세입자 내보내라” 위법 권하는 정부 콜센터

“집 못 팔게 됐다” 상담에 황당 조언

졸속 시행된 전·월세 상한제(5%)와 계약갱신청구권(2년+2년)의 후폭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규제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린 데다 규제끼리 충돌하는 가운데 정부 스스로 ‘법을 어기라’는 식으로 사실상 범법을 권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매매계약을 맺었으나 등기를 못한 새 집주인(매수인)이 기존 세입자를 내보낼 수 없는 규정을 두고서다. 
  
지난 14일 임대차제도 관련 문의를 위해 정부가 운영하는 콜센터에 상담 요청을 했다. ‘내 집에 내가 못 들어간다’는 제보가 쏟아져 어떤 해결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상담 내용은 다음과 같다. 
  
“11월 세입자의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지난달 실거주를 원하는 매수인과 매매계약을 맺었다. 미리 세입자에게 사정 설명을 했고 세입자도 ‘알았다. 11월에 나가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세입자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집주인 바뀌어도 나가지 않아도 된다더라. 계약갱신청구권을 써서 2년 더 살겠다’고 통보했다. 실거주할 수 없게 된 매수인은 계약 파기와 함께 계약금만큼 위약금(8000만원)을 요구한다. 지난달 세입자와의 통화는 녹음하지 못했다.”
 
돌아온 답변은 뜻밖이었다. 불법·편법을 동원하거나 금전 피해를 감수하라는 내용이었다. 상담원은 상황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했다. 먼저 매수인이 실거주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계약이 깨진다면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세입자의 책임은 없어 매도인과 매수인만 피해를 본다.
  

두 번째는 세입자에게 이사비 명목으로 금전을 제공하고 11월 퇴거를 유도하라는 것이다. 돈을 주고 합의하라는 의미다. 이 경우 매도인은 과거 같았으면 생기지 않았을 손해를 본다.
  
세 번째는 집주인(매도인)이 직접 거주하겠다고 해 계약 갱신을 거절하고 세입자가 퇴거한 후 집을 팔라는 것이다. 이 경우 집주인이 2년간 실거주하지 않으면 세입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하지만, 현재 임대차법에 이 같은 경우에 대한 구체적인 손해배상액이 명시되지 않았다. 
  
상담원은 임차인의 권리를 침해한 일반 불법행위로 간주하고 손해배상액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때 손해배상액은 실제로 생긴 손해에 대한 보상인데 이사비나 새 전셋집을 구하는 데 든 중개수수료, 도배비 등이다. 상담원은 “집주인 실거주 위반으로 손해배상을 해주더라도 계약파기에 따른 위약금(8000만원)보다 훨씬 적으니 고민해 보라”고 조언했다.
  
법대로 하면 누군가가 손해를 보고, 정부 산하 상담센터는 범법을 귀띔하는 상황이 빚어진 것은 관련법을 충분한 검토 없이 속전속결로 처리하고 시행(7월 31일)한 여파다.
  
정부가 팔짱을 낀 채 방관하자 시장은 혼탁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투기 수단으로 여겨졌던 ‘복등기’ 형태의 거래까지 등장했다. 계약 후 잔금을 치르기 전 매수인이 등기를 먼저 하는 형태다. 정부가 세입자의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집주인을 ‘등기상 소유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대개 공증 이면계약을 통해 ‘실제 소유권은 잔금을 받고 넘긴다’는 문구 등을 넣는 식인데 법적 효력이 없어 위험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 낀 집은 아예 사지 말거나 4년간 갭투자를 할 사람만 사라는 것”이라며 “전매 제한 있는 분양권 투기 거래 때나 봤던 복등기를 일반 아파트 거래에 동원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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